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인도 합작 영화까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의 확장

배우 그레타 리의 농담 섞인 일성에는 뼈가 있었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전 세계가 그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통쾌한 선언이었다. 최근 한국계 배우가 할리우드 대작의 주연을 꿰차고, 한국과 인도가 손을 맞잡은 이색 합작 영화가 제작되는 등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중심에 선 한국계 히로인, 그레타 리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전했던 그레타 리가 이번에는 디즈니의 대규모 SF 액션 영화 ‘트론: 아레스’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그는 1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런 대작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할리우드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여성 주연 영화라는 점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럽다”고 감격을 표했다. 그레타 리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배우 중 하나다. 올 하반기에는 ‘트론: 아레스’ 외에도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나마이트’, 윌렘 데포와 호흡을 맞춘 ‘레이트 페임’ 등 굵직한 기대작들이 대기 중이다.

1982년 컴퓨터 그래픽을 전면에 내세우며 혁신을 일으켰던 ‘트론’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인 이번 작품에서 그레타 리는 천재 프로그래머 ‘이브 킴’ 역을 맡았다. 그는 군사 병기로 개발된 인공지능 ‘아레스'(자레드 레토)의 폭주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요아킴 뢰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그는 30분에 달하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숨 가쁜 추격전을 선보였다. 그레타 리는 “촬영 전에는 예상을 못 했지만, 당장 올림픽에 나가도 될 만큼 달리기 실력이 늘었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평범한 인물이 비범한 상황에서 발휘하는 초인적인 힘을 보여주려 전력을 다했다”고 연기 소감을 전했다.

국경 넘은 협업, 넷플릭스 사상 첫 한국-인도 합작 프로젝트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활발해지는 한편, 한국을 배경으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 또한 다각화되고 있다. 2026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영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과 인도 합작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한국 방문을 꿈꾸던 타밀 출신의 여성 ‘셴바’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한국에 도착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땅 한국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마주한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고 우정을 쌓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주인공 셴바 역에는 인도의 인기 배우 프리양카 모한이 캐스팅됐다. 그녀는 영화 ‘닥터’, ‘갱 리더’ 등에 출연하며 64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스타다.

한국 측 주연으로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조상우의 어머니 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중견 배우 박혜진이 합류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경성크리처’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그가 인도 배우와 어떤 연기 시너지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이 외에도 장재현, 하람, 김소리 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R.A. 카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나 코미디를 넘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인간애를 보여줄 전망이다. 디즈니+의 동명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한국 콘텐츠 시장이 단순히 수출을 넘어 글로벌 창작자들의 협업 무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레타 리가 언급했듯 한국의 음악, 미술, 영화는 이제 변방의 문화가 아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중심에서 한국계 배우가 서사를 이끌고, 인도 영화의 주인공이 자아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는 지금, 바야흐로 전 세계 대중문화의 나침반이 한국을 가리키고 있다.